도면을 그리고 나면 항상 검도를 해야 했다.
이 과정은 당연했지만, 정말 하기 싫은 작업 중 하나였다.
도면을 완성한 후에는 부장님께 제출해 최종 승인을 받아야 했다.
부장님의 검도 과정은 때때로 자존심을 상하게 했고, 내가 아는 만큼만 도면에 반영되므로 모르는 부분에서는 실수와 착오가 발생했다.
부장님은 이러한 오류를 빠짐없이 잘 찾아 내는 분이 었다.
이 모든 과정을 극복해야 도면은 생명력을 얻고, 마치 아이가 태어난 후 출생신고를 하듯 이름과 번호를 부여받게 된다.
무생물체인 종이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.
일단 부여된 도면의 이름과 번호는 쉽게 변경되지 않는다.
아무리 꼼꼼히 살펴도 잘못된 부분이 나타나고, 수정 후 다시 검도를 받는 과정은 시간이 흐르면서 실력이 향상됨에 따라 스스로 검토하는 단계로 발전하게 된다.
내가 그린 도면에서 실수와 착오를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스스로 찾아야 하는 시기가 오면
그때 비로소 알게 된다.
이 습관을 고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.
도면 곳곳에 남겨진 흔적은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, 그 사람만의 독특한 습관을 드러내게 된다.
요즘은 CAD 프로그램으로 도면 작업을 하기 때문에, 스스로 작업이 끝난 후 검도를 하려는 습관이 예전처럼 강하게 작용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.
자신이 그린 도면은 항상 완벽하다고 인정하는 순간 스스로의 실수를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.
실력이 오르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의 검도를 받아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.
